본문 바로가기

work/art in public realm

“공공미술, 먼저 지역주민과 소통을”

“공공미술, 먼저 지역주민과 소통을”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단한다

조상인 기자 ccsi@sed.co.kr

<上> 한국식 뉴딜정책의 허와 실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은 최근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예술인에게 일자리를, 국민에게는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이른바 ‘예술 뉴딜 정책’를 발표했다. 그중 미술 분야 사업인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공공건물 꾸미기와 거리조성 사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본지는 정책 배경과 함께 기관 주도의 공공미술이 유발했던 부작용 및 해외 선진사례 등을 참고해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책을 짚어본다.

지난 1929년부터 대공황기를 겪었던 미국은 5년 만에 1만개의 은행이 파산하고 실업률은 24.9%에 달해 4명중 1명꼴로 일자리를 잃었다. 이에 1932년 루즈벨트 대통령이 경제위기 대처를 위해 새로운 대책(New Deal)을 제안해 추진했다. 문화 뉴딜정책도 이 중 일부로 포함돼 있다. 먹고 살기가 급급한데 예술을 누릴 여력이 있겠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으나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은 “삶이 힘들수록 희망이 필요한 만큼 예술이 죽으면 모든 게 끝난다”고 선언했다.

건물꾸미기·예술거리 조성에 20억원 투입
“단순한 벽화장식이 무슨 의미냐” 논란 여지
“공감대 형성·뉴퍼블릭 아트 도입등 대안 필요”


대표적인 것이 연방미술프로젝트(Federal Art Project)다. 연방구호국이 주체가 된 공공사업미술프로젝트는 3,750명의 화가와 조각가를 고용해 신축 공공건물에 1만5,600점이 넘는 벽화와 조각을 제작케 했다. 각 작가에게 당시 돈 350달러씩 총 131만여 달러를 지급했다. 또 사진가와 화가 등 1만 여명을 고용해 포스터ㆍ벽화ㆍ판화 등 다양한 형식으로 14만여장의 공황사태를 작품으로 남겨 미국에 대한 방대한 기록의 기틀을 마련했다. 연방정부 건물 벽화 및 조각이 제작됐고 지역까지 연계한 우체국 벽화사업이 진행됐다. 이 외에도 공공미술 센터 운영과 미술교육 등에 총 500만 달러가 투입됐다. 에드워드 호퍼의 뒤를 이어 잭슨 폴록이나 마크 로드코, 윌렘 드쿠닝 같은 미국의 거장들은 이 같은 국가적 후광 덕분에 고사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30년 뒤인 1966년 가액평가에 따르면 당시 제작된 작품들은 4억 5,000만 달러 이상 즉 90배가 넘는 가치 상승을 가져온 것으로 집계됐다. 위기를 기회로 삼은 미국은 대공황기에 문화관광 인프라를 확충해 문화산업 발전의 기반을 마련했다.

미국 대공황의 뉴딜 정책 시행된 지 77년이 지난 지금, 세계적인 불황으로 경제 각 분야가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특히 선택 소비재인 문화 예술분야의 ‘체감한파’는 더욱 심각하다. 정부의 예술인 지원과 문화계 일자리 창출은 유사한 당시 시대 상황이 그 배경이다.

이번 ‘예술 뉴딜 정책’을 구성하는 소외계층을 위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공공건물 꾸미기와 거리조성 사업으로 크게 나뉘며 총 2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계획이다. 한국형 뉴딜은 지방 경로당과 마을회관을 대상으로 한 문화소외계층을 주 대상으로 하며 ‘미술과 함께 하는 걷고 싶은 거리’ 조성 등 지역 특색을 반영해 장차 도시브랜드, 관광 인프라 조성을 내다보며 골격을 잡았다. 지원자 선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심사는 공인된 단체에 의뢰해 늦어도 3월 전까지 사업대상을 선정할 예정이다. 문화부는 미국의 공황기 뉴딜과 차별화한 한국형 예술뉴딜이 ▦단순 임금 지급이 아닌 프로젝트별 사업비용 책정과 ▦공공미술의 사후 관리 ▦지역 주민의 참여와 체험 유도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에 국가 혹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한 공공미술은 단순한 벽화 장식과 지역주민과의 소통이 결여된 조형물 설치에 불과했다. 때문에 “멀쩡한 도로 뒤엎어 다시 만들고 학교 외벽에 벽화 그리는 공공미술이 무슨 의미냐”는 노골적인 반대부터 20억원 예산이 ‘눈먼 돈’이 될 것이라는 우려, 창출되는 일자리의 질과 지속성에 이르기까지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70여년이 지난 오늘날,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시행되는 ‘신(新)뉴딜정책’에 대한 진화된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역 주민과의 공감을 형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뉴장르 퍼블릭아트(New Genre Public Art)’가 그 미래상이다. 또한 벽화와 조형물을 넘어 기술발전을 반영한 ‘뉴미디어 아트’를 공공미술에 도입하는 참신함이 요구되고 있다.


- 출처: http://economy.hankooki.com/lpage/entv/200901/e2009011917291793960.htm

검색키워드 : 뉴딜정책 연방미술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