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집을떠날때 썸네일형 리스트형 오래전 집을 떠날 때/신경숙 소설집/창작과 비평사 감자먹는 사람들 어머니는 시골집에서 지금 뭘 하고 계실까요? 땅콩을 캐고 계실까, 아니면 이젠 다 시든 고춧대를 뽑고 계실까? 저 비가 그 마을에도 내린다면 아마도 뒷산의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잎새들을 우수수 떨어뜨리고 있겠지요. 밤나무 밑엔 이제는 아무도 줍지 않는 밤이 여기저기 수북이 흩어져밤이면 뒤꼍의 감나무 잎새들이 우우ㅡ거리며 앞마당으로 쓸려나와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닐 것입니다. 집을 갖지 못한 사람들처럼요. 어머니는 아버지 없이 추수를 하고 계시겠지. 벼를 베고 말리고 뒤집고 탈곡하고. 그 지방의 병원에서 이 도시의 병원으로 아버지가 옮겨오실 때 따라나서려는 어머니께 아버진 크게 역정을 내셨지요. 논밭의 가을일을 내버려둘 참이냐고요. 봄 내내 씨뿌려서 여름 내내 한 가지 것에 여든여덟 번씩 손을..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