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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끄적끄적

14/04/07

> 순수한 시각성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을 던지려던 순간 마크 로스코의 작품과 잭슨폴록의 작품이 생각났다.

아주 기본적인, 색에만 집중했던 작가들의 작품들에는 왠지 모를 엄숙함과 비릿한 열정의 자취, 냄새가 함께 맡아졌다.


  어제 오랜만에 외가를 찾았고, 옛날에는 부자였다던 건너편 빈집을 보며, 

정확히는 그집  무너진 담벼락에 핀 돌복숭아 꽃을 보며. 비현실적인. 물기가  촉촉한 풍경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세월이 가고, 거기에 있었던 사람들이 죽고, 집이 조금씩 낡아 부서지는 세상.

할머니집 돌담이 올해 무너져 새로 지었고, 옆집, 삼촌의 친구 노모가 사신다는 집의 담벼락도 무너져서 컨테이너 판을 얽어 덧대두었다. 지천에 꽃은 사방으로 피어있어, 그동네 사람들은 꽃구경에 감동이 없었다.


개구리가 겨울 잠에서 깨어나는 시기로 봄을 사는 할머니는 감각적으로 봄을 측정하는 듯 했다. 

아빠가 갈아엎은 밭은 보드랍고 푹신하게 발바닥 아래를 받쳐주었다.

올해 심은 자두나무에는 하얀 꽃들이, 잎들이 돋아나고, 거기서 땅콩밭을 가꾸는 아빠의 모습은 청년에 가까워보였다.

은퇴 후, 무력해지고 빨리 늙어갈까 걱정했던 것들에 대해 안심해도 되겠다 싶은 풍경이었다.

저-기 보이는 아빠를 향해 '아빠 - -!'  크게 부르면 아빠는 환창 올라오는 우릴보며 '어서오너라-' 했다.

연인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벅찬 마음이 일었고 흐드러지게 피어난 자두꽃 사이의 아빠와 할머니가 그리도 감사했던 하루.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낮에 캐온 쑥으로 향긋한 쑥국을 끓였다. 

흙을 밟을 수 있는 고향의 소중함/애틋함에 대해 말했더니 엄마가 슬몃 웃으며, 그래서 무척 행복했다고.

엄마의 행복하단 말에 가슴이 찡했던 하루



01. 옆집 담벼락 위


02. 과수원 가는 길



03. 아빠와 할머니, 경운기



04. 흐드러지게 핀 자두꽃




05. 할머니 앞집, 돌복숭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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