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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끄적끄적

문화예술정책연구/관심주제를 포함한 자기소개서


-관심주제를 포함한 자기소개서




1. 대학교 졸업을 몇 달 앞두고, 선배와 한 반지하 카페에서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당시 선배가 속해있는 노리단 이라는 단체를 알게 되었다. 사회적기업인 노리단은 공연과 기획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소동을 만들어내던 곳이었는데, 엄밀히 말해 선배는 그러한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는 단체인 씨즈의 멤버로 일하고 있었다. 졸업 후 막연히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노리단의 문을 두드린 스물 셋의 나는 씨즈에서 육성 중이었던 청년 등 예비사회적기업 육성단체 중 하나였던 플랩(PLAP)이라는 곳의 멤버로 그 생태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당시 내가 하던 일은 다양한 관심사와 열의를 가진 청년들과 멘토들을 엮어주는 네트워킹 파티를 기획하는 일, 노리단에서 자매관계를 맺고 있었던 일본 오사카의 유명인사들과의 만남이 중심이었던 사회적기업 생태계에 대한 심포지움 개최를 보조하는 일, 은평구 마을기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작성하고 직접 이를 수행하는 일, 창업지원센터의 벽화를 그리는 일 등이었는데, 다소 일관성 없어 보이지만 사회적 생태계를 유연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위치임에는 분명했다. 거기서 나는 홍시라는 이름으로 세달 가량의 시간을 보냈고, 나이 많은 친구들을 많이 얻었는데 하루하루가 벅차게 기쁘고 그만큼 불안한 시기를 보냈었던 것 같다. 수입이나 위치 면에서 안정되지 않은 떠돌이 생활이었기에 그랬던 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차에 제대로 된 광고기획자가 되고 싶다면 제도권의 회사로 들어오라는 선배의 권유에 씨즈를 떠나 한 광고-마케팅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씨즈를 떠나는 과정은 물론 쉽지 않았는데, 이는 거기서 앎과 삶이 일치된 형태로 살아가는 건강한 사람들과 그들이 가진 목표가 실행되는 과정을 지켜봐 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타협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던 것 같다. 당장에 먹고 사는 일에 몸을 쑥 빼온 기분.

 

2. 그런 기분을 채 헹궈내지 못한 채로, 첫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다. 광고홍보학부를 졸업하고 다양한 페스티벌, 마케팅 기획 등을 했다는 이유로 전략기획팀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제법 굵직한 브랜드들의 온-오프라인 마케팅 기획 중 일부 파트에 내 아이디어가 반영되는 것들을 보아가며 1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직장 생활을 유지해왔다. 기획의 단계에서 아무리 좋은 기획아이디어라도 클라이언트의 말도 안 되는 주장에 무너지는 것도 많이 보았고, 화려한 결과물 뒤에 얼마나 치열하고 치졸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 침묵으로 지켜봐야만 할 때도 많았던 것 같다. 광고회사라는 게 남들보다는 느슨한 출근시간이 장점인 듯 하나, 버거운 야근에 할증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 3, 4시가 훌쩍 넘어있던 날도 적지 않았다. 재수나 휴학한 번 없이 스트레이트로 졸업을 했던 터라, 당시 친구들은 모두 학생들이었기에 나는 직장-단체의 나이많은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는 시간이 많았고 적게는 30대부터 40대 중반의 그 친구들은 지난한 일상에 대해 안정적이지만 무료한 날들을 보내는 중이라 대답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때문에 자연스레 내가 마흔 살이 되었을 때 지금을 돌아보면 어떨까와 같은 질문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마흔 살이 된 나는 내 지난 20대 시절이 아니었으면 엄두를 못냈을 일들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했으리라. 그런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삶을 다채롭고 풍성하게 보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후회. 조금 더 늦기 전에 꿈꿨던 것들을 해봐야겠노라 하는 다짐과 함께, 오래 전부터 생각만 했던 것들을 하나 둘 시행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는 미술사를 제대로 알고자 하는 열망이었고, 홍대 근처 야간반 수업을 통해 흐름을 짚는 것부터 시작한 공부는 대학원 진학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3. 오래 전부터 예술학과에 대한 갈망이 있어왔던 터라, 대학원 진학 시 들뜬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골자적인 근현대 미술사를 훑고, 담론을 들여다보는 일은 차라리 기쁨이기까지 했던 시간. 학부전공의 성향과 개인적 취향이 결합했는지 몰라도, 상호작용적인 미술에 대한 관심과 사회적으로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 차있었던 1차 시기를 보내며 지역성과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공공미술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관련 전문가가 되겠노라 결심하면서 이에 대한 탐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니 공공미술이 갖는 애매모호한 한계성을 많이 발견하게 되었던 것 같다. 가령 집행되고 있는 공공미술들이 어떠한 공공을 위한 것인가. 여기에서 공공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이지? 와 같은 고민들. 공공미술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다소 폭력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미술행위들은 목적과 방향을 잃은 듯 보일 때도 많았다. 비판적 지역주의를 배우게 되며 이러한 시도들이 건축물과 시설물에 적용된 사례를 찾아볼 때에는 그럴만한 국내사례를 찾기는 더 힘든 것이 사실이었고. 이제는 정형화된 프로세스로 인식이 되어버린 공공미술의 사례들을 마주할 때마다, 그래서 어떠한 대책을 내릴 수 있을 것인지대안보다는 침묵과 비난의 목소리로 공공미술을 바라보게 될 때가 많았다. 우리가 공공의 이름으로 행한 것들이 과연, 그 사람들은 필요 조차 느끼지 못했던 일 부분이라면 낭비에 가까운 것이 아닌지. 때문에, 문화정책의 측면에서 공공부문의 예술진흥 정책과 관련한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고 해당 과목을 청강하게 되었다. 특히나 예술가 지원 등의 사업에 대한 논란이 많은 요즘, 어떠한 방향성과 목적을 가지고 국내 문화예술정책이 진행되는 지를 알게 된다면, 조금은 명확하게 현재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이러한 시간들이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부분이 아닌 전체를 조망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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