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크리스마스날 새벽에 친구가 죽었다. 닿지 않아도 한번 쯤 곱아보던 착한 너의 사고소식. 첫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들뜬 너와 나 사이에 적막이 흘렀다. 눈물이 별로 나지도 않았고 어리둥절했다. 죽었다고? 너는 크리스마스를 청년부와 보내고 우유배달을 가야한다는 한 아이를 데려다주는 길에 차사고로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고 했다. 짧은 문자가 믿기지 않아 몇 번이고 돌아봤는데 그러고도 전화를 받았는데 그 한마디가 가슴까지 스며들진 못했다. 멍하니 앉아있는 나를 보며 너는 적당한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해 그저 나를 안아주고 안아들었다. 그 애가 그렇게 갔구나. 그러고도 그런 일은 없었는 것 처럼 지났는데 오늘 문득 그 애 생각이 났다. 오늘은 인영이 생일 날인데, 어떤 선물을 하면 좋지?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그 애 생각이 불현듯 나고야 만 것이다. 삶과 죽음, 이라는 명제가 이토록 분명하게 느껴진 것은 오늘이 처음인 듯 한 기분이다. 삶과 죽음. 생일과 기일.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그 애의 죽음을 묵묵히 받아드릴 수 없었을 그 애 부모님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하필이면 크리스마스냐,. 이 일로 그 가정이 시험에 들지 않기를,. 그런 기도를 했던 것도 같다. 사람이 스러져 가는 것이 이토록, 짙다. 한번씩 새파란 청춘의 날에 세상을 등진 사람들의 공간에를 들러본다. 동아리 선배, 동경했던 조종사, 배우, 그리고 너. 여기 두기에 아까워 데려가셨을 거야, 그런 말로는 위로가 안된다. 조금만 더 함께 했어도, 좋았을 사람들. 목소리도 가물가물해진, 그 사람들이 조금, 많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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