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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끄적끄적

세상에 생이 쉬운 사람이 하나도 없다


  토요일 오후, 너를 만나고 돌아와 오랜지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져 오랜만에 문구점에 갔다. 포켓노트를 좋아해서 볼펜도 사고 그것도 사야지 구경하다가 밟히는 사람들이 많아져 노트를 스무권이나 샀다. 어디에 들어가 있기도 애매한 시간이라 계산한 노트에 너희 이름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보배로운 말을 적었다. 거창한 것도 아니지만 사사롭게 전해줄 수 있는 이런 선물 같은 것들이 무척이나 좋다고 생각했다. 수입이 생기면 수입의 십분의 일을 이렇게 쓰겠다 말하니 엄마가 서약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어쨌거나, 그날 만난 친구들과 다음날 만난 사촌들에게 노트를 건냈다. 새삼스럽게, 너희들을 보고 들으니 나는 많이 미안했고, 마음이 조금 더 많이 아팠다. 정말, 멋진 어른으로 자라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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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의 손을 잡는 것, 안고 있는 것, 졸업식, 현이네, 이웃집 이야기, 그런 것들은 막연한 꿈을 바라고 있던 것에 회초리를 들게 한 것 같다. 아 몰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뜨겁고 짙고 슬프고 아프고 구질스럽고 짜증나는 마음이, 생을 쉽게 살아온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 라는 말을 건내오는 것만 같다. 너 그거 아니, 넌 그걸 알아야해, 하는 한탄스러운 말투로.
  나는 항복할 마음이 없다. 세상이 그렇다 해서 지고 싶은 마음도 없어. 도리어 잘 해내고 싶다. 한 사람이 가진 것들이 얼마나 크고 놀라운 가를 증명하고 싶다. 혼자가 아니야.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나는 손을 잡아주고 싶다. 손을 잡아주는 사람을 만나기를 원하고, 손을 잡아주고 싶은 사람과 동행하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 나는 어떠한 오늘들을 살고 있니
어떤 마음으로 너를 보고 있어



이 마음들이 그저 나약한 말로만 그칠 순간들이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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