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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끄적끄적

  생각해보니 너를 처음본건 스무살, 그 푸르던 나이의 9월이엇다.
(_그때의 나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펄펄 열이 났었다.(물론, 지금도 여전하다만)
그 때의 나는 긴 머리를 질끈 묶고 항상 운동화를 신고 다녔었다.
학교에는 쪼리를 딸딸 끌고다녔었고.

     떠올려보면 너는 참 순진한, 그래서 더 펄펄 열이 나던 남자애였다.
   그래서, 나는 네가 참 좋았다.
   자전거 여행을 다녔다는 그 이야기가 좋았고, 그 날의 너와 나를 감싸고 있던 그 공기의 온도가 즐거웠다.
   떠올려보니 참 좋았고 좋았던 시간들.
     조심스레 네 이야기를 꺼내보이고 어깨를 감싸안았던 그 손을 기억한다.
   헤어짐이 아쉬워 몇 번이고 서성였고 또 그리워했었던, 그 시간의 끝에는 항상 네가 있었다.
     너는 줄 것이 없다며 미안해했지만 나는 그 마음 하나로 마음이 즐거웠었다.
   너는 나의, 첫, 사랑, 이었나보다.

     그런 너와 아프게 헤어졌고 그 뒤로도 많이 아프고 그리웠다. 나는 몹시도 네가 그리웠다.
   사실 지금도, 가끔은 너 때문에 아파서 마음이 운다. 그러고 보면 너는 참 나에게 나쁜 사람이다.

     마음이 어쩔 줄 모르게 가장자리께에서 서성이는 날에는 어김없이 하늘을 내다봤다.
   그러면 비행기 한 대가 자욱을 남기고 하늘로 멀어지는 것이었다. 그런 날에는 네가 더욱 사무쳤다.
   이것저것을 아는 나이. 이런 일로 외로워하지 말자고 타일러도 영락없이 나는 외로웠다.

     그렇게 그 해가 갔고 그렇게 봄이 왔다가 가고 나는 너의 이야기에서 멀어졌다.
   내게는 아플 때 그러지 말라고 꼭 손을 잡아주는 이가 생겼고 너와의 이야기는 먼 옛날의 그것이 되어
   그때 그랬었지 바랜 추억이 되어간다. 소리도 빛도 남지않은, 그저 그런 이야기.


  올 해는 유독 봄이 더디다. 목련도 얼어있고 마음은 더욱 춥다.
그래도, 봄은 온다. 나는 봄을 보고 있다.
봄이 오면 꼭 안아줘야지. 잘 다녀왔다고. 보고싶은 마음에 언제고 마중나갈 준비를 했었노라고.

이 바람이 가고 나면 온전한 봄이 오고야 말 것이다.
이 봄이, 몹시나 기다려지는, 지금은 스물 두 살의 안성은


2010.4.9
영등포 → 김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