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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끄적끄적

지나고나면 꽃으로 남을 이 시간들을 추억하며 2010.10.11 안성은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닐지 모를 일들에 마음을 많이 뺏기곤 했다.
나의 지난 시간들에는, 그렇게 아무것도 아닐지 모를 일들이 가득차 있곤 했으며
그 시간 속의 나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 깨지고 넘어지고 어루만져지고 다시 웃는
열 일곱 여자애였다.

  가끔은 그렇게 마음을 다치고 쏟았던 일이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버리곤 하여
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로워 눈물이 나기도 했다. 그런밤이면 지난 기록들을 끄집어내어
어루만지기도 하고 안아주기도 하며 그리움으로 마음을 달랬다. 그렇게해서도 마음이 어쩔 수 없어질 때에는
나를 달래줄 이야기를 노트에 가득 메우곤 했어. 그러고나면 외로운 마음에는
한 송이 꽃이 되어 남은 글이 대롱대롱 가슴에 맺혔고
시들지 않는 꽃을 안아들며 나의 오늘을 나는, 다시 살아내곤 했다.
'꽃은 시들어 아름답지'라는 말을 남긴 친구를 오롯이 가슴에 일으켜 너에게 얻은 위로로 마음을 데우던 시간들을 추억해봐.
빛이 바랄지언정 지지않고 지금을 밝혀주는 많은 지난 것들에 깊은 사랑을 느끼며 보낸 시간들.
결국 외로움이란 또 다른 나를 숨쉬게한 동력이었고 친구였고 기회였으며 선생이었다.

  이 땅의 수많은 외로움들이 살을 부딪끼며 숨을 나눴고 그로 인해 더욱 하나가 되어왔음을 안다.
나의 외로움이란 사실 그와 다를 바 없어서 그럴 때마다 이 노트를 펴들곤 해.
노트에 기록된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더욱 그리운 마음으로 매만져봐.
여전히 아무것도 아닌 그것들이 지금의 나를 꿈꾸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