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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가끔사진

고양이 키스


 

 

 

 



고양이는 지긋이 눈을 감고 키스를 바친다. 꼬리를 살랑 흔들며 애정을 표하기도 한다. 텅 빈 거실 흔들의자에 앉아있거나 내가 심어 둔 화분 옆에 등을 꼿꼿이 세우고 앉아 창 밖을 바라보는 사과가 그렇게 애틋하게 느껴지는 건, 너의 키스 때문이다. 언제부터였을까, 까슬까슬한 혀로 입술을 핥고 턱을 핥고 콧잔등을 핥고 손등을 핥던 것은. 엉엉 울고 있는 날에는 조심스레 다가와 눈물을 핥아주던 고양이.  손바닥 두개를 합쳐놓은 정도의 크기였던 사과는 하루가 다르게 크고 있다. 그런 사과가 무릎에 누워있을 때면 살갖에 와닿은 너의 따뜻한 체온에 마음까지 고즈넉해진다. 엄마가 알면 기절 하겠지. 고양이를 키운다니, 잠잠하던 알러지가 다시 돋으면 어쩌려고 그러니, 하며. 요즘은 눈이 자주 가렵다. 비벼대니 더 간지럽다. 그래도 나는 너의 키스 한방에 평생 너와 살아보기로 한다. 가끔 마음이 허할 때, 너를 꼭 안아본다. 미오, 하며 빠져나가려다가도 잠잠히 올려다보며 키스해 주는 내 고양이. 다리에 엉겨붙는 고양이. 예쁘게 생긴 고양이.


오늘 이마를 툭 하고 쳐서 미안해. 기분 나빴지. 그래도 눈치보며 키보드에 누워서 앙 내 팔뚝을 물어대던 너가 내 무릎에 누워 꼬리를 간혹 살랑 흔들고 귀를 가끔 쫑긋 움직이고 갸릉 소리를 내며 자고있는게 고맙다. 두 달 후에 만나도, 처음에 너를 안아들던 나를 기억할 수 있을까? 나는 너에게 작은 기대를 걸어본다. 예쁘고 새침떠는 순한 고양이. 오늘의 나를 잊어줘. 오늘의 나를 기억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