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이런날도있었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안성은편 37 (2007.12.21 00:59)


 종이가 아까워서 쓰지 못했거나, 악보를 살 돈이 없어 떠오른 영감을 놓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있었음을 안다. 그 사람들, 굉장히 아팠을 거라고, 혼자 생각하곤해.

남겨진 글 - 빼곡히 들어찬 오선지 위의 음표들과 기호들이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건 그런 사람들이 간절히/절실히 마음을. 그 마음을, 그대로 옮겼기 때문일거야.

 그 사람들이 그립다.

밥 값을 아껴가며 모아둔 필름이, 오랜장마에 곰팡이 슬어있는 걸 보고 곰팡일 닦아내며 엉엉 눈물 밥을 먹었다는, 그 사람이,

넘쳐흐른 영감을 조금더 신중히 옮기지 못함으로 머리를 흔들었던 그 사람이, 그의 아내가, 압생트를 사랑한 화가와 시인들이.

나는 몹시 그리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