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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끄적끄적

이전에는 '밤'이라는 말이, 그리 아름다운지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따뜻하고 보드럽고. 깊은 단어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어 여기 적어본다.문장은 닳고 닳아 늘 쓰던 말들은 구질스럽게 되었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요며칠은 밥한끼도 못먹고 마실 것들로만 몸을 축냈다. 달아 죽겠는 녹차라떼, 오렌지 에이드, 스트로베리바나나 쿨라타, 암바사, 물 물 물, 자몽주스, 아이스티, 물물물 , 물물문득문득. 가만가만 쓰다듬어보고, 괜히 눈물이 핑 돌아서, 혼자 코를 팽 풀었다. 이 더러운 몸에서 기이한 것이 자랐구나. 비로소 작아지고 낮아지고 몹쓸 것이 되어 본다. 근래 바타이유가 남긴 텍스트 몇개를 읽었고, 이에 관한 사드와 수전손탁의 논의를 살폈다. 텍스트는 깊고 행간은 무게가 있어 쉽게 맥이 잡히지.. 더보기
하루하루 짜임새 있게 하루하루 짜임새 있게. 1. 하루에 만보이상 걷는다. 등하교길은 걸어다니기 2. 예레미아 애가-다니엘 : 타이핑 3. 가방과 몸은 가볍게. 편한신발 신고 다니기 4. 영어 회화. 문법공부를 구체적으로 한다 5. 하루에 한장씩 글을 쓴다. 6. 하루 십분이상 기도한다. . . . 문득. 감흥없는 태도로. 대상을 대하는 나를 보며. 나이 먹는게. 건방져가는 과정은 아닌가. 스스로 점검하게 되는 듯 했다. 무료하고 따분한 태도는 분명 어떤 신호인 듯 하다. 점점 더 뜨거워지고 싶다. 파랗고 빛이 나는 어린 별이고 싶어라. . . . 이 푸르고 어린 별들이, 빨갛게 익어가다가 지금의 어른이 되고 이 세계를 구성해간단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다 먹먹하다. 어리고 작았던 존재가, 존재들이, 취향과 생각들로 세계를 이.. 더보기
too 시간이 지나가면, 많은 것들이 흐릿해져간다 꽉움켜진다고 흘러내리지 않는게 아니야 몇몇의 목소리를 떠올리려 노력했고 그게 쉽지않았다 여름은 반쯤 꺾인 듯한 기분이들었고, 만 걸음이 넘게 걸어다닌 하루의 끝에는 허기짐만 남았다 몇가지 단어와 이미지와 대롱대롱 매달린 목소리가 손을 가만히 펴보게했고 움켜쥐게도 한다 추워서 돌려꺼버린 7737번 버스 에어컨생각이 문득 나면서, 스물한살의 여름날 종점으로 갔던 7016번 기사아저씨 생각이 문득 이 밤, 여름공기 더보기
2013/07/03_인천함 안, 이등병 침실 위에서 이 땅의 이곳 저곳에서 죽은 친구를 만난다. 너는 가끔은 하늘이고, 바다이고, 또는 앳된 해군의 모습이고 오토바이 바퀴의 한 부분이다. 이등병 침실에 누워 등으로 바다물결을 느끼며, 나는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젊은 해군의 모자에서 또 너를 본다. 완성될 필요가 없는 문장들을 여기에 또 적어본다. 가만가만 네 이름을 불러보는 것이 고작이다. 그게 아프고 무섭고 한다. 더보기
2013-06-10 열일곱, 내게 상처도 주고 숱하게 벅찬 기대도 안겨준 친구가, 꼭 널닮은 노래라며 전해준 노래. 꼭 팔년만에 다시 들어본다. 섬세하게 돌보지 못했던 너와의 순간들이 아쉽고 미안하고..아프고 그렇다 - "내.유일한 욕심은 너야" - 거실 보일러전원에 28도 라는 숫자가 떴다 그런거 치고는 선선하고 바람이 깊은 새벽, 지혜가 샤워하고 나온 욕실엔.온통 바디클렌징 향으로 가득하다. 탐스러워 조금 쓰고나왔더니 살결에 다 묻어왔다. 가만히 맡고있으니 왠, 낯선공간에 파묻힌 기분이다 - '해는.뜨고 지고 달도 뜨고 지고' - 차분하고 향기로운 글. 그 글을 쓰고 지우고 했을 너의 손에 입맞추고 싶단 충동이, 순간 들었다 겸허한 시선 눈빛..손잡고싶다 - 여름은 늘 생경하다 이 놀라운 계절이, 나는 그리도 그리웠구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