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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끄적끄적

이전에는 '밤'이라는 말이, 그리 아름다운지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따뜻하고 보드럽고. 깊은 단어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어 여기 적어본다.

문장은 닳고 닳아 늘 쓰던 말들은 구질스럽게 되었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요며칠은 밥한끼도 못먹고 마실 것들로만 몸을 축냈다. 달아 죽겠는 녹차라떼, 오렌지 에이드, 스트로베리바나나 쿨라타, 암바사, 물 물 물, 자몽주스, 아이스티, 물물물 , 물물

문득문득. 가만가만 쓰다듬어보고, 괜히 눈물이 핑 돌아서, 혼자 코를 팽 풀었다. 이 더러운 몸에서 기이한 것이 자랐구나. 비로소 작아지고 낮아지고 몹쓸 것이 되어 본다. 


근래 바타이유가 남긴 텍스트 몇개를 읽었고, 이에 관한 사드와 수전손탁의 논의를 살폈다. 텍스트는 깊고 행간은 무게가 있어 쉽게 맥이 잡히지는 않는 글들 뿐이었다. 비천함과 남은 찌꺼기들, 포르노그라피에 대한 것들. 그러다가 푸코를 도대체 어떻게 하우투 리드 할 것인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몇 줄을 붙잡고, 맥빠지는 이야기를 좀 더 많이 했다. 세상엔 천재가 왜이렇게도 많은거야! 그딴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 같은 이야기를 소리내서 말도 해보고.


행복은 내 손안의 작은 새라고 한다. 짓이겨진 날개 죽지를 붙잡고 놓지도 못하고 엉엉 울고 있는 것 같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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